#91 강아지옷 난생 처음 ‘새 강아지 옷’을 가져보게 되었다. 가지기엔 선물할 물건이고 산 물건도 아니다보니 애매하지만, 반려동물을위한 의류가 내 손아귀에 있는 경험 자체가 내게는 생경하다. 나는 정식으로 포유류를 키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예삐 3살 무렵까지 외할머니 주택의 2층 집에 살았다. 1층과 2층에는 각각 강아지가 있었고, 2층에서 나와 매일...
#90 달력 비로소 새 달력을 꺼냈다. 올해 회사에서 받은 달력의 디자인은 두 가지인데, 서로의 것이 니즈에 맞아 동기와 달력을 교환했다. 2019년 12월부터 있는 덕에 한 달 일찍 새로운 마음으로 달력을 써보게 됐다. 이 짓을 12월의 첫번째 영업일에개시하다니, 나도 참 참된 근로자다. 조건, 메모가 가능할 것 언제부터였을까. 스케쥴러에 적어오던 일정들...
#89 장미 뻔한 듯 뻔하지 않은 꽃 장미. 장미라고 하면 으레 빨갛고 크고 만개한 머리에 진초록의 두툼한 가시를 가진 꽃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나부터도 누군가 장미를 그려보라 하면 그렇게 그릴거다. 넘칠만큼 많고도 많은게 장미의 종류이고 모양이고 색상인데. 내 기억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장미는 10살 때까지 살던 아파트 화단의 장미덤불이었다. 주차장 한...
#88 영어이름 트친 ㅂ(ㅎ)님이 영어이름을 사용하는 회사에 입사했고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 지 여러가지 제안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가지 후보가 나왔고 결정은 이제 ㅂ(ㅎ)님의 몫이다. 이에 더불어 나의 영어이름에 대한 개인적인 역사가 빠르게 스쳐지나가 조금 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블랙커런트 향수를 대야에 쏟고 토하기 직전까지 향을 맡는 고문을...
#87 리본 오래간만에 꽃꽂이 수업을 받은 날이다. 일만 간신히 하고 있는 몸뚱이로 또 나무를 자르고 엮고 털어내고 쥐어서 이겨먹는 하루였다. 오늘의 수업 주제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리스. 유칼립투스가 소재로 나오면 어찌나 반가운지 모른다. 손질도 쉽고 향도 좋은데다가 포인트를 주기 쉬운 소재다. 하지만 가시가 많고 묵직한 블루버드도 견뎌야 하는 것이 겨울...
#86 카세트테이프 중고등학생 시절이라 하면 으레 OMR카드나 컴싸, 플러스펜을 떠올리는 세대지만 내겐 그보다 먼저 떠오르는게 있다. 카세트테이프와 워크맨. 사실상 내 부모 세대의 물건인데 어쩐지 나는 이걸 끼고 살았다. 사실, 아이리버 MP3를 처음 가져본 게 13살 때였다. 기술발전의 논리에 따르면 굳이 내 삶에 카세트테이프 같은 물건이 필요할 리 없었...
#85 안경 오늘도 어김없이 안경을 쓰고 출근했다. 안경을 쓰고 다니는 내 또래 여자가 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유독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캐릭터가 하나 있으니 '닥터 슬럼프'의 아리, 또는 아라레다. 사실 닥터슬럼프가 뭐 하는 만화인지도, 아라레(또는 아리)가 무슨 캐릭터인지도 잘 모른다. 대충 아리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라는 것, 큰 소리를 잘 내고...
#84 꿈 이른 잠을 자다 꿈에서 깨어났다. 복직한 사수와, 요즘 많이 힘들어하는 팀원, 그리고 고등학교 동창이 번갈아가며 나왔다. 꿈 속에서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꿈을 깨고 나면 이상한 것 투성이다. 꿈 속에서 사수는 이미 아가를 낳고 돌아왔는데도 배가 불러있었고, 팀원은 나와 경기도의 어느 외곽같은 인도 없는 도로를 걷다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
#83 야쿠르트 오랜만에 집에서 저녁을 먹는 평일이다. 식사를 마치고 괜히 냉장고를 열어봤다가 야쿠르트를 발견하고 냉큼 마셨다. 요구르트 말고, '야쿠르트'. 마시고 나면 살짝 당이 남는 것 같은 그 익숙한 입맛. 미묘하게 다른 액상 '요구르트' 들보다도 이 야쿠르트를 마셔야 뭘 좀 마신 것 같다. 한 입이 괜히 아쉬워 두 병을 비우면 그건 또 너무 달다....
#82 모자 진정하고 또 진정하고 여러번 호흡을 가다듬고 오늘의 글을 시작한다. 오늘은 비가 와서 어둡고 컴컴했지만 관심있던 사람과 더욱 가까워지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가족들과도 무난히 보낼 수 있는 좋은 하루였다. 앞으로 예정된 힘든 일들이 나를 지치고 힘들게 해도 어쩐지 견뎌낼 수만 있을 것 같은, 그런 힘을 주는 무난함. 그러나 오늘 알게 ...
#81 밀크티 밀크티를 마신 지 6년째다. 무엇을 언제부터 먹었는지 기억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은 아닐테다. 하지만 그것이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먹어본 것이라면 시점은 명확해지고 기억이 선명해진다. 나에게 밀크티와 스콘은 그런 존재다. 2013년 여름, 케임브리지의 어느 티룸에서다. 난 영국에 단기체류하는 서머스쿨 학생이었고 그 전까지는 해외에 나갈 수 있는...
#80 속눈썹 요즘 들어 부쩍 눈이 뻑뻑하고 자주 간지럽다. 아마도 날씨가 많이 건조해진 탓이리라. 여름에는 한없이 습해서 견딜 수도 없을 정도로 나를 쪄대더니, 겨울이 되니 북어채마냥 바싹 말라버릴것만 같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조차 손 끝이 바싹바싹 말라감을 느낀다. 그러니, 눈이라고 감히 멀쩡하랴. 나의 길쭉길쭉 내가 키는 그다지 크지 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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